일회용병의 변신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버리는 쓰레기는 무엇일까? 아마도 손쉽게 쓰고 버리는 일회용병이 아닐까? 생수 및 각종 음료수 소비로 하루에만 상당한 양의 일회용병이 나온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일회용병을 재활용 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무심코 버려지는 양 또한 만만치 않다. 특히 더운 여름 피서철이 되면 해변가에 쌓이는 쓰레기 중 상당량이 바로 이러한 일회용병이다. 실예로 지난 2010년 한 시민단체에서 실시한 '2010 해변 쓰레기 유형 조사'에 따르면 피서 기간 버려지는 쓰레기 중 일회용병은 28%로 종이류와 음식쓰레기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그 만큼 일회용병에 담긴 상품 소비가 늘어난 것이다. 이러한 일회용병을 창의적으로 재활용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영국의 문구 회사인 리마커블은 이러한 일회용병을 수거해 완전히 분해 한 후 문구를 만드는 원료로 재활용 한다. 그러나 이는 다소 복잡한 공정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보다 더욱 간단하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일회용병을 업사이클 하는 이들이 있다.

리 볼트 셋 키트를 이용해 일회용 병을 재활용한 사례＜제공: www.walking-chair.com>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위치한 디자인 회사 워킹 체어 디자인 스튜디오(walking chair design studio)는 독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생수 회사인 빌라와(VÖSLAUER)와 함께 새로운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바로 페트병을 손쉽게 재활용 할 수 있도록 키트를 개발한 것이다. 이 키트의 이름은 리 볼트 셋(re bottle set)이다. 이 키트는 생수병에 맞게 디자인 되어 생수병을 반으로 잘라 끼워서 쓸 수 있게 되어 있다. 생수병 재활용을 유도하기 위한 디자인 전략인 것이다. 평소 페트병을 재활용 한다 해도 조금은 궁핍해 보이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리 볼트 셋을 활용하면 어느 다용도 컵 못지않은 효과를 볼 수 있다.

페트병을 손쉽게 재활용 할 수 있도록 키트＜제공: www.walking-chair.com>

키트의 구성은 총 4가지로 되어있다. 제일 먼저 작은 구멍이 뚫린 키트는 꽃꽂이 용으로 쓸 수 있다. 긴 가로로 구멍이 뚫린 키트는 저금통으로 활용하기 위한 아이디어 이다. 큰 원형 구멍이 뚫린 키트는 연필꽂이 통으로 쓰기 위함이다. 마지막으로 아무런 구멍이 없는 뚜껑은 작은 액세서리 보관용이다. 이렇게 다양한 형태로 개발된 키트는 최대한 생수병의 기능성을 살려준다. 작은 아이디어 이지만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아이디어 임에도 틀림없다. 단순한 재활용이 아닌 색다른 디자인 아이디어로 일상의 업사이클을 유도하는 재미난 방식의 디자인이다. 기존의 업사이클 업체들이 직접 디자인한 제품만을 판매해 왔던 것에 반해 이들은 새로운 방식의 접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생활 속 재활용율을 높이는 차별화가 돋보인다.

다양한 용도에 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된 키트＜제공: www.walking-chair.com>

리 볼트 셋과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디자인이 있다. 스위스 가구 디자이너인 니콜라스 르 무아뉴(Nicolas le moigne)가 개발한 물뿌리개(watering can) 키트 이다. 페트병을 화분에 물을 줄 수 있는 용도로 재활용 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아이디어이다. 이 역시 기발한 생각과 재치가 돋보인다. 물뿌리개는 꽃과 식물을 가꾸는 이들에겐 필수 도구이다. 니콜라스가 개발한 물뿌리개 키트는 굳이 별도의 물뿌리개를 구입하지 않아도 될 만큼 매력적이다. 키트의 색깔 역시 다양해 사용자의 취향을 고려했다. 뚜껑은 페트병의 뚜껑과 같은 규격으로 제작했다. 손잡이는 타원형으로 되어 있어 어린아이들도 쉽게 들 수 있다. 이런 것이야 말로 새로운 생각(Re think)이 만들어낸 새로운 재활용(RE cycle)방식이 아닐까?

페트병을 화분에 물을 줄 수 있는 용도로 재활용 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아이디어
＜제공: www.nicolaslemoigne.ch>

버려지는 맥주병을 모아 병 안에서 섬유를 뽑아 만든 청바지＜제공: www.bonobos.com>

자 이제 더욱 놀라운 업사이클의 세계를 살펴보자. 여러분은 맥주병으로 청바지를 만든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듣고도 믿지 못할 이런 놀라운 일을 용감하게도 실천한 이들이 있다. 바로 미국 뉴욕의 위치한 의류 회사 보노보스(bonobos)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버려지는 맥주병을 모아 병 안에서 섬유를 뽑아낸다. 그리고 일반 섬유를 혼합해 새로운 청바지를 탄생시켰다. 이 청바지의 이름은 볼트 로케트(bottle rockets), 일반적인 청바지와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다. 누군가 청바지의 원료를 설명해 주지 않는 한 상상 조차 하기 힘들 것이다. 보노보스는 평소 다양한 재활용 원료로 청바지를 만드는 실험을 해왔다. 그러던 중 지난 2012년 지구의 날을 맞이해 이를 기념할 수 있는 더욱 창의적인 도전을 계획했다. 이들이 눈을 돌린 것은 바로 맥주병, 보노보스의 부사장인 브래드 앤드루스(Brad Andrews)는 사람들이 전혀 생각지 못했던 소재도 재활용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단지 청바지를 만들기 위함이 아닌 업사이클에 대한 새로운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싶었던 것이다.

청바지 안쪽에 몇 개의 맥주병이 재활용 됐는지 표시한 모습＜제공: www.bonobos.com>

청바지 안쪽에는 몇 개의 맥주병이 재활용 됐는지를 표시해 두었다. 청바지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 재미와 동시에 재활용의 중요성을 전달해 주기 위함이다. 업사이클에 있어 이러한 새로운 실험은 언제나 반갑다. 사실 제조업 환경에서 일반적인 원료가 아닌 재활용 원료를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그 보다 더 대단한 것은 눈에 쉽게 띄는 재활용 소재가 아닌 숨겨져 있는 재활용 소재를 발견해 내는 일이다. 이는 친환경에 대한 열정과 일상 속 세심한 관찰이 없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 뉴욕의 또 다른 업사이클 회사 소닉 페브릭(sonic fabric)을 떠올리게 한다. 소닉 페브릭은 버려지는 테이프 필름으로 넥타이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러한 긍정적인 시도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이러한 노력은 보다 진일보한 재활용 소재를 탄생시킬 것이다. 또한 한층 세련되고 재미있는 업사이들 문화를 확대시켜 나갈 것이다. 즉 이제 업사이클 시장에도 기술 혁신 시대가 도래 했음을 의미 한다.

버려진 음료수 팩을 활용한 조명 인테리어＜제공: www.ankeweiss.com>

지금까지 소개된 내용들이 업사이클 회사들에 의한 에코 디자인이라면 우리가 실생활에서 실천할만한 일회용병 재활용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일회용 페트병의 경우 작은 꽃을 심어두는 간이 화분으로 활용하거나 다용도 컵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와인병등 다양하고 예쁜 색감의 음료수 병들은 인테리어 용도로도 널리 쓰인다. 그러나 종이 재질로 된 음료수 팩의 경우 재활용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페트병이나 유리병에 비해 약하고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용도로 활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출신의 디자이너 엉크 웨이스(Anke Weiss)는 버려진 음료수 팩을 모아 조명 인테리어로 활용했다.

팩 면을 따라 바늘로 구멍을 내고 팩 안에 조명을 넣으면 구멍 사이에서 은은한 빛이 뿜어져 나오는 효과를 볼 수 있다.＜제공: www.ankeweiss.com>

이 음료수팩 재활용 조명은 지난 2007년 독일 디자인 위크에 출품 되면서 알려진 작품이다. 디자이너 엉크 웨이스는 주스팩, 우유팩, 과자 상자 등을 모아 본 작품을 완성했다. 작업 방법은 보기와 같이 매우 간단하다. 팩 면의 그림을 따라 바늘로 구멍을 내준 것이 전부이다. 그리곤 팩 안에 조명을 넣어 구멍 사이에서 은은한 빛이 뿜어져 나오는 효과를 준다. 마치 한편의 라이트 아트를 보는 느낌을 더해 준다. 일일이 구멍을 뚫어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지만 작품을 완성하고 난 뒤 멋진 생활 속 오브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의 경우 미술 학습을 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주부들의 생활 속 리폼 으로 시도해 보아도 좋을 아이디어이다.

사실 환경에 가장 좋은 방법은 일회용품 생산을 억제하고 최대한 쓰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간편하고 빠른 소비를 선호하는 현대 사회에서 일회용품을 완전히 없앤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일회용품을 최대한 활용해 새로운 도구로 만들어내는 아이디어는 가장 근접한 대안이 될 것이다. 사실 일회용의 기준이란 기능의 기준이 아닌 인식의 기준이다. 일회용품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연속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번 쓴 일회용품이 많은 이들에겐 그저 버려진 쓰레기일지 모른다. 그러나 어떤이들에겐 일회용품이라 할지라도 누군가에겐 새로운 원료가 되기도 하고 멋진 예술 작품이 되기도 한다. 심지어 새로운 사업 아이템이자 비즈니스 기회가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