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출방에 속풀이글을 올렸는데, 이 방으로 가도 되겠다고들 하셔서

왔어요 ㅠㅠ 휴...

임신해서 별게 다 서러운걸까요? 그냥 제가 꼬아서 생각하는걸까요?

친정엄마가 매일같이 제 속을 후벼파시네요..ㅠㅠ

우선 저는 미국나이 25살의 젊은 임신부입니다...첫 임신이고요.

결혼하고 일년을 넘게 임신이 되지 않아 결혼 3년차 쯤 되자

그냥 아직은 때가 아닌가보다 하고 잊고 살았는데,

평소엔 술도 피임약(생리 미룰 목적)도 안먹던 제가, 휴가가느라 그런 것들을

입에 댔던 바로 그 달에 이미 임신 되었단 것을 휴가가 끝나고서야 알고서

꽤나 당황했었어요. 임테기로 확인을 한 순간 너무 황당해서 손이 벌벌 떨리더라고요.

이것이 아주 감사하고 축복받은 일인 줄 알지만서도,

아직도 문득문득 겁이 나고 얼떨떨 한건 여전하네요.

그렇게 임신이 되었다는 소식을 알리자 가장 기뻐했던 사람이 친정엄마였고요,

주위, 특히 남편친구들은 남편더러 축하인사를 건네며

"와이프 절대 꼼짝도 못하게 해!" 라는 조언들을 많이 해 주었어요.

그런데, 본인은 별 입덧도 없었고 평생 생리통/배란통도 없었던 저희 친정엄마는

절 이해를 못 해주시는 것 같아요...

안그래도 제가 생리통/배란통이 너무 심해서 매달 아파서 떼굴떼굴 구를 때 마다

"에휴" 하고 쯧쯧 혀를 차시던 엄마인데,

임신하고서 남들처럼 심하게 피를 토하거나 하지는 않지만

한 2주동안 임신소양증같은 두드러기를 심하게 앓느라 누워지냈고,

그 후에도 계속 지금 차도 못타고 냄새도 못맡고 기운 없어 저녁만 되면 누워있고

그러는 절 더러 유난떤다는 식으로 말씀을 하십니다.

어느날은 초밥이 먹고싶댔더니, 왜 안먹냐길래

이래이래해서 안먹는다- 했더니, 어쩜 그리 유난이냐며 당장 먹으라고

자기도 다 먹고 아무렇지도 않았다고 혼이 났고요.

지금 저희집엔 한국사시는 엄마가 본인 여행다니는데 불편하시다며

미국 오시는 김에 자기가 키우던 강아지를 데려와서는 두고 가셨어요.

그래서 반년째 저희가 엄마의 강아지를 데리고 살고 있거든요...

근데 이 강아지, 엄마가 그러셨어요,

"난 늙은엄마라 뭘해도 이쁜걸 어째~" 라며 키운 강아지라,

버릇은 커녕 사료도 잘 먹질 않습니다.

엄마 왈, 걔는 입이 고급이라 저더러 닭가슴살을 구워줘야하느니 부터 시작해서

걔는 국수도 잘먹고 뭐도 잘먹고 하여간 걔 좋아하는걸로 해다 먹여야 된답니다.

네, 심하지요. 그래서 이건 그냥 저희가

너무 배고프면 뭐라도 먹겠지 하고 지금 사료로 슬슬 바꾸고 있어요.

그런데 이 강아지를 돌보는 것도 너무 힘이드는데,

저희집에 원래 키우던 강아지가 있어요.

근데 엄마의 강아지가 저희집 강아지랑 너무 싸우네요 ㅠㅠ

아휴...

그래서 제가 못키우겠다고 제발 얘좀 데려가랬더니

"넌 가정을 지키는게 얼마나 힘든지 알아?" 라며 화를 내십니다.

본인이 한국집을 떠나 저희집에 잠시 오시면, 그동안 아빠가 우울증걸려

죽을 것 같이 말씀하시네요.

아빠가 갱년기시라 자기는 집에 있어야겠답니다.

전업주부이신 엄마더러 나 입덧때문에 힘들고 엄마도 너무너무 그립다고

와주시면 안되겠느냐 했더니,

왜 자기랑 아빠사이를 이간질!!!!!!하냡니다. 세상에....

제가 이간질이요? 그냥 엄마 보고싶다고 몇일이라도 와 주시라 했던건데...

제가 그랬습니다. 그래, 엄마 너무 힘들면 못 올 수도 있지, 근데

빈말이라도 "에구 힘들겠구나 엄마가 같이있으면 좋을텐데"

뭐 이렇게 말 해주면 안되냐고요.

그랬더니 엄마는, "난 원래 이렇게 생겨먹어서 그런 빈말은 못해! 어쩌라고!"

하면서 소리를 빽 지르십니다...

그러면서 너때문에 엄마랑 아빠가 이혼하면 좋겠냐는겁니다.

세상에, 엄마가 미국에 한 열흘오시면 뭐 아빠가 갑자기 어디 딴살림이라도

차리시나요? 무슨 이혼이요? 이간질이요?

기가 막힐 노릇이지요...

제 맘을 그렇게 난도질을 하시고선

언제나처럼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지난 주에도 두분이 룰루랄라 여행다니시고,

저 강아지때문에 힘들단 저더러 "입양보내던가" 하십니다......

에휴..... 말이 쉽지요, 네살 된 버르장머리 없는 강아지,

저거 어디 보냈다간 분명 그집에서 다음날로 쫓겨나지 싶습니다...

그래서 얘길 했죠. 쟤를 누가 받아주냐고.

했더니 엄마 왈,

"그럼 니가 데려오면 되겠네~"

근데, 수하물로 부치는건 또 절대 안된답니다.

저는 직항도 없는 곳에 살거든요.

여기서부터 제가 저 강아지를,

강아지가 움직이기 편한 게 중 큰 집(엄마가 원하시는 모델)에다 넣고

집 무게까지 5키로에 달하는 저 아이를

임신 8주인 저더러 안고 오랍니다.

동부 끝에서부터 국내선타고 국제선갈아타고 그것도

수하물도 안되고 비행기 좌석 다리밑에 강아지를 모시고-_- 오라시네요.

수하물로 부치겠댔더니 "걘 얌전해서 좌석에 데리고 타도 되, 그래야 해" 하시고,

임신해서 무거운 것 들면 안된댔더니

아주 코웃음을 치시면서

"참나 요즘사람들은 정말 너무 병적으로 극성들이야,

그렇게 극성들 떨다가 우리나라에 나중에 천재들밖에 없어서 어쩌냐ㅋㅋ" 하십니다.

비행기 갈아타면서 부치는 짐도 있는데 강아지까지 짊어지고 못가겠다고 했더니

비웃음만 당하고 말았네요...

헉........................................

네...평소에도 완전 막내 중의 막내에다가

본인은 아주 쿨한 성격임을 강조하시면서

엄마와는 아주 정 반대인 극소심한 저에게 늘 상처를 주시는 엄마였습니다.

그래도 엄마는 엄마라, 최대한 이해 해 보려고 노력하고 맞춰주려고 노력하지만

제가 "~~~먹고싶어" 라고 하면,

다음날 쯤에 "너가 그거 먹고싶다그래서 생각났어! 나 그거 먹었다? 진짜 맛있더라~"

라며 카톡으로 염장 사진을 보내시는 엄마예요.

입덧하느라 뭐에 꽂히면 그게 너무 먹고싶지만, 제가 만들지 않으면

구할 수도 없다는 걸 너무도 잘 아시면서 그러십니다.

먹을 것 뿐만 아니라, 제가 뭘 가지고싶다고 하는데 그게 본인 맘에 드시면

또 몇일 있다가 그걸 사가지고는

"니가말한거 이거 이쁘더라??? 그래서 아빠한테 사달라그랬어~이쁘지!"

하고선 자랑을 하십니다. 제가 갖고싶다던 그게 본인 눈에도 예뻐서

아빠한테 사달래서 본인은 그걸 가지셨다고요. 허허

제가 제 것을 사달라는 것이 아니예요...

네, 작은것도 큰것도 뭐 아빠 능력되시고 엄마눈에 예쁘면 사는건 엄마 맘이지요.

근데 꼭 저렇게 염장?을 지르셔야 하나요...ㅠㅠ

하다못해 몇일 전에 제가 디즈니스토어에 파는 무슨 인형이 예쁘더라며 보여드렸더니

두분이서 여행갔다가 그게 딱 보여서 아빠한테 사달랬더니 아빠가 자기 사줬다면서

아빠가 자기 "그"인형 사줬다며 자랑하는 사진을 보내십니다.....

네...제가 예쁘다고 했던 바로 그 인형이요....

아빠엄마 사이 좋으시니 마냥 감사해야 하는 일인가 합니다......

전 다른거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저 엄마가 해주는 밥한끼 먹고싶은데...

하긴 뭐... 긴긴 유학생활 동안에도 오랜만에 한국들어가도

밖에서 사주시기나 하지 집에서 2주 3주 있어도

밥한끼 얻어먹기 힘들었어요. 요리를 잘하시는 엄마인데, 귀찮으시다고요.

이해는..반쯤은 하는데...그래도 엄마밥이 그리운건 어쩔 수 없잖아요...

이런 얘길 하면

"그러길래 누가 멀리 살랬냐? 참나" 하십니다.

...네...멀리사는 제 탓이지요...

뭐가 먹고싶은건 또 많은데, 이 시골에서 제가 만들어내지 않으면 없으니

코를 틀어막고 입으로만 숨을 쉬며 부엌에 들어가서 지지고 볶아야 뭘 먹을수가 있고

서럽네요...

세상이 바뀌었다고 하시면서도, 본인 임신했을때 건강상으로 저희 외할머니가

들여다 보시질 못하셨었거든요. 꼭 그걸 복수?한다는 생각까지 들고...

엄마 보고싶다고 하면, 넌 이제 니 남편을 챙겨야지 무슨 엄마타령이냐고

혼만 났네요.

게다가, 제가 맘이 여리거든요...네 좀 저도 심하게 성격이 그렇긴 합니다만

엄마는 "내 성격은 원래 쿨하고 난 맘에 없는말도 못해, 난 이렇게 타고난걸 어쩌라고?"

하면서도, "니 성격은 왜 그렇게 여려빠졌냐. 에휴" 하며 한숨+쯧쯧 또 시작이신 엄마.

원래도 늘 본인만 아시고, 정말 "희생"이란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는,

공주도 아닌 아주 여왕중의 여왕같은 엄마였습니다...

가끔 한국에 가면, 한 한달을 내내 저를 끌고 백화점을 가셔서는

"본인 옷"만 고르며 수백만원어치 지르는 동안, 바라지도 않지만, 제껀 하나도 없어요. 그래서

"엄만 엄마꺼만 사?ㅋㅋ" 라며 장난처럼 말을 하면,

"넌 미국에서 이런거 예쁜거 필요없잖아~" 라며 꿋꿋하게 본인 것만 고르십니다.

그저 웃지요. ㅋㅋ

네, 딸이랑 오랜만에 만나서 그동안 못했던거 딸이랑 다 해보고싶으신 맘은 알겠어요.

근데, 이런저런 일들이 평생 쌓여서 저에게 너무 스트레스가 되네요.

가뜩이나 초기라 매일 악몽을 꾸는데,

요즘은 그렇게 엄마가 나타나서 꿈에서까지 절 괴롭히시기까지 하니

착한 저희 남편은 절 토닥여주며

"아구구 우리 **가 어머님때문에 너무 상처받아서 그런가보다..." 합니다...

네...남편이 저에게 너무 잘해주니 그것은 정말 제가 복받은 것 같습니다.

근데, 또 엄마는 엄마잖아요. 남편 있다고 엄마 안보고싶은 것 아니고,

남편있다고 엄마가 해주는 밥 평생 안먹고 살아도 좋은 것 아니잖아요.

제가 임신해서 너무 민감한걸까요?

최대한 마음을 다스리며 감정적이지 않게 글을 쓰려고 노력 한건데,

휴...하도 저러시니 정말 이십여년 그동안 엄마한테 쌓인 것들이

다 폭발할 것만 같아요... 매일매일 엄마가 저한테 상처주신 것만 생각나고...

물론 저에게 잘해주는 것도 있지요. 있는데,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고 해도 또 마음을 후벼파시니 정말

별 것 아닐진 모르겠지만, 정말 매일매일 이런 사소한 것들로

사사건건 엄마와 부딪히고 상처받는게, 저는 너무 서글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