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예나 기자] 지난 몇 년 간 숱한 루머와 각종 소송에 휘말렸다. 톱스타와의 공개 열애 때문일까. 월드스타에서 비호감 연예인으로 이미지가 급추락했다. 군복무로 공백기도 길었다. 그런데 이 남자 여유가 넘친다. 한 순간도 미소를 잃지 않았고, 오히려 기세등등하다. 심지어 "잘 되고 싶지 않다"고 당당하게 멘트를 툭 던졌다. 과연 가수 비, 아니 인간 정지훈은 어떤 자신감을 품고 있는 것일까.
◆ "4년 만의 가수 컴백, 10곡 골라 듣는 재미"정규 6집은 골라듣는 재미가 있다. 총 10곡을 채웠다. 민요 창을 믹스매치한 장르도 있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타이틀곡('30 SEXY')도 있고, 노래방에서 부를 수 있는 타이틀곡('LA SONG')도 있다. 사랑을 속삭이는 곡도 있다. 지난해 제대 후 5~6개월 동안 밤샘작업으로 앨범을 준비했다. 전곡 작사와 공동작곡, 프로듀싱을 맡았다. 입대 전부터 이미 20곡 정도를 만들어둔 상태였다.
이번 앨범에서는 라이브 적인 부분을 많이 신경 썼다. 가수에게 결국 가장 중요한 건 노래다. 건반, 오케스트라 등에 고심한 이유다. 비에게 가창력을 기대하지 않겠지만,(웃음) 노래를 아예 기대하지 않는 가수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폭발력 있는 가수들을 이길 수는 없지만, 적어도 스스로가 만족스러운 음반을 만들고 싶었다.
현재 유행하는 코드의 많은 곡을 받았다. 하지만 많은 아이돌 가수들이 하는 걸 비가 또 들고 나와선 안 됐다. 뭔가 새로운 게 필요했다. 오히려 과거에 만들어뒀던 곡을 꺼냈다. 동방신기도 컴백했다. 같이 놀 상대가 있어서 좋다. 두 팀의 격돌은 아니다. 워낙 시장이 다르니까 부딪칠 건 아니다.
◆ "파워풀한 비? 힘 빼고 담백한 비!"예전에는 무대에 투자를 많이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앨범 수록곡에 돈을 들이자는 생각이었다. 들려주고 싶은 게 많았다. 진정성을 담지만, 거추장스러운 걸 다 빼자는 의도였다. 담백한 비로 컴백하고 싶었다. 예전에는 화려한 폭죽이었다면, 이제는 담백한 국물이 되고 싶다.(웃음) 비가 힘을 빼고 돌아왔다는 걸 인정받고 싶다. 파워풀하기만 할 거라는 인식을 벗겨주고 싶다. 내 무대를 보고 다 같이 즐겨줬으면 좋겠다. 누구나 신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난 연예인, 상대는 음악팬으로 나누는 게 아니라 같은 입장에서 듣고 얘기하고 싶었다. 오랜만의 컴백했기 때문에 잘 나왔다고 소문내고 싶었다. 보여줄 땐 확실하게 보여주자는 각오다. 예전에는 악과 독을 품고 '가요계 판도를 뒤집겠다, 내가 왔다, 내가 보여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 독기를 다 뺐다.(웃음) 그저 즐기면서 재밌게 하고 싶다.
잘되고 싶지 않다. 최고가 되려면 행복하지 않다. 고통 속에 살아야 한다. 더 이상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싸이 형도 '강남스타일' 이후로 힘겨운 시간을 많이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싸이 형 덕분에 한국 연예인들에게는 많은 가능성이 열렸다. 해외 가요시장 벽을 깨줬다. 현지에서 '제2의 싸이'를 찾기 위해 저에게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입대 전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인터넷,
유튜브 등이 새로운 창구가 됐다. 싸이 형의 성공은 정말 대단하다.
◆ "잘못에 대한 대중의 비판 언제든지 수용"나를 향한 대중의 오해를 나열하기 시작하면 날을 새야 한다.(웃음) 오해는 오해일 뿐이다. 진실은 언젠가 밝혀진다. 군 관련 사건도 무혐의를 받았다. 물론 대중들이 의문점을 갖고, 비판할 수 있다. 그 부분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대중은 내게 부모님이다. 낳아줬고 키웠고 돈을 벌게 해줬다. 잘못하면 언제든 혼낼 수 있고, 좋은 성적 가져가면 안아줄 것이다.
지난해 보도가 됐던 대로 휴가기간 동안 군모를 착용하지 않은 점은 내가 잘못했다. 하지만 포상휴가는 사실과 다르다. 사격으로 두 번 포상휴가를 받은 게 전부다. 무혐의 처분 자체가 내 억울함을 풀어줬다고 생각한다. 여자친구 김태희와는 잘 만나고 있다. 나를 믿어주는 친구다. 결혼계획은 아직 없다. 각자 일에 더 집중할 나이라고 생각한다.
현 소속사와 계약 당시에도 많은 말이 있었다. 그때 저는 군 복무 중이었고, 온갖 구설수가 많았다.(웃음) 그럼에도 러브콜을 보내는 회사가 많았다. 거액을 제시하는 곳도 있었다. 그러던 중 홍승성 형님(현 소속사 대표)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내겐 형님이, 형님에게는 내가 필요했던 시점이다. 당시 난 안정적으로 일을 하고 싶었다.
◆ "진정성 잃지 않는 정지훈으로 더 다가설 것"리얼리티 프로그램 '레인 이펙트' 출연은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다. 'god의 육아일기' 광팬이었다. 언젠가 스타가 되면 꼭 하겠다는 목표 중 하나였다. 활동한 지 10년이 지났고, 그 사이 구설수도 많았다. 사실이 아닌 것도 있었고, 맞지만 과장된 것도 많았다. 진정성을 잃었던 적은 없다. 지금쯤이면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줘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음반으로 먼저 컴백한 이유는 그동안 보여주고 싶었던 걸 모두 쏟아내고 싶었다. 아직 배우보다 가수 비가 더 익숙하다. 하지만 연기를 하면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둘 다 놓치고 싶지 않다. 가수는 무대 위 3분 30초의 전율이 있지만, 배우는 프레임 안에서 다른 사람 인생을 산다는 게 즐겁다.
아쉽게도 이번 음반 활동은 국내에서 길게 하지 못한다. 미국에서 영화 촬영 중이고, 오디션도 예정됐다. 일본 중국 프로모션과 태국 대만 홍콩 등 동남아 투어가 계획됐다. 중국에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고, 미국에서도 앨범을 낸다. 국내 드라마 출연도 하고 싶다. 밤새워 대사 외우는 게 문제인데, 정말 좋은 작품이라면 하겠다. 아주 진한 멜로를 해보고 싶다.
항상 새로운 무대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은 있다. 악플 중에도 내 무대에 대한 기대감은 있으니까. 준비하는 자체는 고통스럽지만, 반응을 보면 감사하다. 앞으로는 어떤 반응이 나올지도 궁금하다. 정지훈은 '진정성'이란 단어를 좋아한다. 늘 그렇게 살았다. 다만 비쳐지는 모습과 여러 상황에 따라 이상하게 휘말릴 수 있다. 사람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변화한다. 남 탓을 하지 않는다. 모든 걸 다 스스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내 판단을, 내 인생을 후회하고 싶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