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우스가 감추어 둔 불을 훔쳐 인간에게 준 프로메테우스는 카프카스의 바위에 묶인 채

낮이면 독수리에게 간을 쪼여 먹히고 밤이면 회복되는 형벌을 당하였다.

제우스의 분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대장간의 신 헤파이스토스에게 명하여

흙으로 여신을 닮은 처녀를 빚게 한 다음

여러 신들에게 자신의 가장 고귀한 것을 선물하게 하였다.

Prometheus

Moreau

1868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아름다움과 함께 교태와 거부할 수 없는 욕망을 주었고

아테나는 방직 기술을 가르쳤으며

헤르메스는 재치와 마음을 숨기는 법, 설득력 있는 말솜씨 등을 선사하였다.

 이로써 ‘모든 선물을 받은 여인’이라는 뜻의 판도라가 탄생하였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신들이 판도라에게 갖가지 나쁜 성질만 주고는

외모만 매혹적이고 아름답게 꾸몄다고 한다.

Jules Joseph Lefebvre (1836-1911)
Pandora
Oil on canvas
Museo de Bellas Artes, Buenos Aires

제우스는 판도라에게 상자를 하나 주면서 절대로 열어 보지 말라고 경고한 뒤에

프로메테우스의 아우인 에피메테우스에게 보냈다.

프로메테우스는 카프카스로 형벌을 받으러 끌려가기 전에 동생에게

제우스가 주는 선물을 받지 말라고 당부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나중에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에페메테우스는 판도라의 미모에 반하여

형의 당부를 저버리고 아내로 맞이하였다.

GRECO, El
Epimetheus and Pandora
1600s
Polychromed wood, height: 43 cm
Conde de la Infantas Collection, Granada

 하늘에서 땅 위로 내려올 때에 상자를 하나 가지고 왔던 판도라는

어느날 갑자기 그 상자가 생각이 났다.

"이것은 인간들에게 주는 신들의 선물이다.

그러나 판도라야! 이 뚜껑을 절대 네 손으로 열면 안된다."
는 제우스의 말 때문에 판도라는 더욱 더 상자 속을 들여다보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마침내 판도라는 너무나 보고 싶은 나머지 상자를 꺼내 살며시 뚜껑을 열어보았다.

Pandora

John William Waterhouse

1898

그 순간, '펑'하며 상자 안에서 여러가지가 쏟아져 나와 순식간에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
제일 먼저 아름다운 작은 새가 날아올라 어디론지 사라져 버렸다.

신들이 선물한 것 중에서 좋은 것은 거의 모두 이렇게 해서

인간이 볼수도 가질도 없는 하늘 저멀리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그 다음 부터가 큰일이었다.
그것은 질병과 재앙, 슬픔. 괴로움, 아픔, 미움, 시기하는 마음, 뽑내는 마음들이었다.

Pandora (study)

Dante Gabriel Rossetti 

1869

그 때까지도 사람들은 이와 같은 나쁜 일들은 전혀 모르고 즐겁게 지내고 있었다.

나쁜 일들은 모두 이 상자 안에 갇혀 있었기 때문이였다.

그러나 판도라가 상자 뚜껑을 여는 순간 나쁜 마음들은

인간들이 언제나 접할수 있도록 여기저기로 퍼져 나가버렸다.

이제는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판도라는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깨닿고 급히 상자 뚜껑을 닫았으나 그때는 헛일이었다.

그때 판도라는 슬피 울면서 상자 안을 들여다 보았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다.
모두 다 날라가고 텅 빈 줄로만 알았던 상자 안에 아주 조그마한 것이
꼼지락거리고 있었던 것이였다.

판도라는 눈물을 훔치며 상자 바닥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놀랍게도 '희망'이었다.
희망만은 끝까지 어디로 날아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었던 것이였다. 
때부터 사람들은 지금까지 희망이라는 것을 가질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