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들아, 모두 일어나서 세상의 모든 총구멍을 막아라.
생명을 겨누고 있는 저 총구멍을.
그들은 별세계에 살고 있는 것처럼만 보인다. 마찬가지로 그들의 눈으로 우리는 별세계에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들이 살고 있는 풍경은 꿈과 같고 동화 속의 삽화처럼 아득하다. 그러나 그들 자신의 살아가는 모습은 그야말로 지옥처럼 끔찍하다.
나는 책을 통하여 그리고 그들은 먼 거리를 두고 우리는 서로를 이방인처럼 바라볼 수밖에
'고통받는 사람들의 외침을 얼마나 오래 들어야 우리의 귀가 열리게 될까?'
- '바람만이 알고 있지' 中
시에라리온의 강이 흐르는 마을로 가는 길에서는 팔이 잘린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고 한다. 내전 중인 나라에서 그런 것쯤은 흔한 일이란다. UN은 전쟁을 석상에서 끝냈으나 그곳에서 전쟁의 비극은 계속되고 있다. 인간으로서는 견디기 어려울 공포이다. 어른들에게도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다. 하물며 아이들에게야!
"먹을 것이나 살 곳, 또는 교육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곳에서 아이로 사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게다가 전쟁까지 겹치면 아이들은 끝없는 공포와 불안에 휩싸이게 된다. 시에라리온의 아이들은 전쟁시에도 찾아보기 힘든 잔인한 학대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시에라리온과 라이베리아의 반군들은 아이들을 군사전략으로 이용해왔다. 반군은 일고여덟살밖에 안 된 아이들을 유괴해 여자아이들은 성폭행하고 남자아이들에게는 강제로 마약을 주사해 잔인한 행위를 시킨다. 친부모를 죽이거나 강제로 누군가의 손을 잘라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거부할 경우 죽음을 면치 못한다. 나중에 그들 중 일부는 짐꾼이나 성의 노예가 되고 나머지는 소년병으로 입대한다." (본문 中)
사진 속의 아이(모하메드)는 겨우 15살이다. 봐서는 안될 것, 겪어서는 안될 것, 우리가 상상치도 못할 일들을 저 아이는 자의와 상관없이 경험했다. 표정은 무심하면서 그 상상치도 못할 많은 것을 다 담고 있다. 우리의 상식 속에서 한참 사춘기를 겪고 부모에게 투정을 부릴 나이에 그들은 인생의 바닥 중에서도 바닥을 경험한다.
전쟁은 그뿐인가? 물리적인 폭력만이 폭력은 아니다.
땅에 내려놓아도 발자국이 생길 것 같지 않은 아이……
신은 왜 아프리카를 만들었을까. 이렇게 모른 체할 것이라면.
세계 인구를 1백명으로 축소시키면 50명은 영양부족, 20명은 영양실조, 그 중 한 명은 굶어죽기 직전인데, 15명은 비만이란다. 혹자는 그래서 어쨌는가? 하고 반응할지 모른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구에 살고 있는 한 불행은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그래 누군가의 불행은 필연적일지 모른다. 그러나 누군가의 오랜 불행은 그렇지가 않다. 너무 오래, 폭력과 냉담 속에 방치된 사람들의 불행은 다른 누군가가 조금씩 덜어줄 수가 있다. 이 책이 그 많은 통계적인 숫자를 나열하고 비참한 풍경을 애써 묘사하면서 계속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바로 그것이다...
단돈 1백원이면 이 아이들에게 한끼를 배불리 먹일 수 있다고 한다.
한편으로 나는 오늘도 거스름돈 몇 백원을 아쉽지 않게 여기면서도 눈 깜짝 안 하고 살아가고 있다. 생각하면 희한한 일이지만 돌아서면 또 아무 일도 아니다. 무관심도 또 다른 모습의 폭력이다.(우리는 시인할 수밖에 없다) 가난과 굶주림도 그들에게는 또 다른 모습의 전쟁이다.
아직도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뿐이다. 울어도 분노해도 동정해도 그래봤자 고개를 돌리면 나는 지금 여기에 있다.
'차라리 이 모든 게 드라마라면 좋겠다. 연속극이 아니라 단막극으로 끝나버리는. 끝나면 뜯어버리는 세트장이라면.' (본문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