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랑 체헷바우어와 테드 와들로우는 둘 다 기혼이었을 때 만났다. 두 집 건너에 살던 이웃이었다. 이후 친구가 된 그들은 서로의 가족을 초대해 저녁 식사도 하고 바베큐 파티도 여는가 하면, 함께 스키와 자전거를 타러가고 등산도 다녔다. 이제는 둘 다 이혼한 상태로, 서로의 현재 여자친구들과 함께 커플 데이트를 즐기는 등 여전히 절친한 친구로 지내고 있다.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더 가까이 살게 되었다는 것. 이 둘은 한 부지 안에 거의 똑같이 생긴 3층짜리 집 두 채를 짓고 살고 있다. 목재와 유리 자재로 된 건물로 규모는 각각 1,500제곱피트다.

체헷바우어(52세, 목공업)가 부엌 겸 식당의 식탁에 앉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식탁은 그가 운영하는 가구회사 알투라(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오리곤 호두나무로 수작업으로 제작한 것이다

마치 현대판 ‘별난 커플(The Odd Couple, 70년대 미국 드라마)’ 같다는 게 코리 마틴의 설명. 그는PATH 건축사무소(포틀랜드)의 건축가 벤 카이저와 함께 프로젝트 설계를 맡았다. 사진은 체헷바우어 집의 거실.

세로로 긴 형태의 사각형 쌍둥이 건물에는 각각 침실 3개와 욕실 2개, 간이욕실 1개가 딸려있다. 집 내부는 바닥부터 천장까지 통유리를 시공하고 체헷바우어가 디자인한 붙박이장을 설치하는 등 개방적인 구조를 적용했다.

화장실. 탁트인 구조 덕분에 마치 두 주택이 하나의 마스터 스위트룸처럼 느껴진다. 공간들 간에 사적인 공간이 거의 없는 데다, 쪽 미닫이 문도 열어 둔 채로 있을 때가 많기 때문. 두 남성은 새로 얻게 된 자유를 반영하기 위해 개방형 평면구조를 원했다. 집 전체를 혼자 쓰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로부터 분리된 개인 공간을 만들 필요가 없었다는 것.

메인 거실에는 2층에서 3층으로 이어지는 개방형 철제 계단을 따라 월넛으로 만든 장식장을 설치했다

오스트리아의 목세공 집안에서 자란 체헷바우어(사진)는 형의 도움으로 창문 등 기타 필요한 자재를 모두 포틀랜드로 공수해 올 수 있었다.

두 남자는 옥외 공간을 공유하고 있으며 함께 가꿀 텃밭도 계획하고 있다.

 

부엌의 싱크대는 체헷바우어의 가구 회사 알투라에서 설계∙제작했다. 스테인리스스틸 소재 가전제품과 조화를 이룬다.

테드 와들로우의 딸 엘리너 와들로우(10세)의 침실. 그녀는 새 집은 물론, 이곳에서의 라이프스타일도 마음에 든다면서 “새 집에서는 잠이 잘 오기 때문에 늦잠 잘 일이 없다”고 말했다.

체헷바우어는 제반 건설 도급업체 역할을, 와들로우는 제품 리서치를 맡았다. 주택 건설에서부터 가구제작에 이르기까지 모두 두 사람이 직접 했다. 건설 프로젝트에 든 총 비용은 40만 달러 정도이며 2년 가량이 소요됐다.

두 사람의 삶은 집을 짓기 전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둘은 일 주일에 두 번 정도 함께 저녁을 먹는다. 인터넷 전용선도 공유한다. 여전히 스키나 캠핑, 바이킹, 등산 등 야외활동도 같이 한다. 체헷바우어는 “친구가 집에 왔는지, 친구 집에 누가 들어오고 나가는지, 불은 켜있는지, 친구가 일어났는지 등을 다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왈드로우는 “일종의 동지애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왔다 간다. 하지만 롤랑만큼은 늘 그곳에 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