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아니라 돈이 은퇴 시기를 결정한다.’ 돈이 없으면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은퇴가 어렵고 은퇴 이후에도 일을 해야한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일선에서 물러난다는 전통적인 은퇴 개념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미국인은 안락한 은퇴 생활을 보내기 위해서는 50만달러 정도가 필요한 것으로 여기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를 마련하지 못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매리츠 금융회사 산하 연구소가 최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은퇴 시기가 임박한 베이비무버 세대 중년층은 이미 은퇴한 세대보다 훨씬 비관적인 전망을 갖고 있는 것으로 타나났다.

매리츠연구소는 10만달러 이상의 저축 규모를 가지고 있는 은퇴자 500명과 현직에서 일하고 있지만 몇 년 안에 은퇴 연령에 접어드는 500명을 대상으로 각각 은퇴 시기와 준비 상황에 대해 조사를 실시했다. 이 결과, 기존 은퇴자의 79%가 미래에 대해 낙관하고 있었지만 은퇴 후보자들은 ‘당장 몇 년간의 앞날을 꾸려가는데도 급급하다’는 답변이 주류를 이뤘다.

매년 은퇴 통계 조사를 시행하는 직원베네핏연구소(EBRI)가 발표한 2013년도 자료에서도 25세 이상 미국인 가운데 ‘충분한 은퇴 자금을 마련할 자신이 있다’고 대답한 사람이 13%에 불과했다.

또 ‘앞으로 은퇴 시기를 미뤄야 할 것으로 본다’는 응답자가 22%나 됐는데 대다수가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불신을 이유로 들었다.

이 밖에도 ‘은퇴 이후에도 계속 일을 해야 할 계획’이라고 밝힌 사람들이 EBRI 조사에서 무려 69%나 됐다. 은퇴가 가깝게 다가 온 베이비무머를 상대로 한 메리츠연구소 조사에서도 37%가 같은 의견을 내놨다.

이와 함께 은퇴한 후에도 재정 플랜 시행을 10년까지 미루고 있다는 답변이 40%를 차지해 상당수 은퇴자들이 돈 걱정 때문에 일을 하면서 은퇴 연금 등의 혜택을 수년 씩 미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리츠연구소와 EBRI의 조사 모두 은퇴 시기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나이가 아니라 ‘재정적 준비가 얼마나 돼 있는가’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돈이 없으면 은퇴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세태가 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