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국살때 저희 집에 도둑이 들었었어요.
그때 저희가 반지하 살았는데
외출하고 밤에 집에 온 가족이 돌아오는데 컴컴한 어둠사이로 집 현관문이 깨져있고.... (그때 반지하 현관문이 불투명 유리에 프레임은 금색으로 된.... 그런 집이었음) 정말소름이 쪽 끼쳤어요.
덜덜 떨면서 엄마랑 현관문 따고 집에 들어왔는데 온 집안이 난장판....
그런데 도대체 뭘 훔쳐갔을까? 하나뿐인 티비? 그거 무거워서 아빠랑 오빠가 겨우 들어 옮긴건데....
오만가지 생각이 스쳐가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리집에서 훔쳐갈거라곤 없더라구요.
그런데....
....
......
...........
정녕 훔칠게 없었던지 도둑이 찬밥 있던거에다 김치를 꺼내먹고 갔더라구요 -_-
저희 엄마
도둑이 설거지 안하고 가셨다고 무척 분노하셨죠.......
(나가 도둑시끼 쳐먹은거까지 설거지 해야겠나!!!)
2.
그리고 그후 미국으로 이민와서..
제가 결혼하고 첫 삼년을 친정부모님과 살았어요. 엄마가 아기를 봐 주셨고 저하고 남편은 맞벌이로 돈을벌고.
낮에는 엄마랑 아기랑 둘이 집에 있던거죠. 저, 남편, 친정아버지는 정말 하루종일 나가서 일하고 밤 늦게나 집에 들어왔으니.
어느 주말 오후, 아빠랑 남편은 아직 안오고 저랑 엄마랑 아기랑 저녁을 먹고 있는데 경찰이 들이닥쳤어요. 소스라치게 놀랐죠.
경찰이 하는 말이, 어젯밤 열한시쯤 어떤 긴 몽둥이를 든 남자가 너희집 창문으로 너희집 안을 살펴보고 있는걸
우리 이웃이 개를 데리고 산책하다가 목격하고 경찰에 신고를 했다는 거였어요. 이웃 개가 그 괴한을 향해 짖으니 그 괴한이 어둠속으로 달아났다고.....
경찰이 우리가 매일 밤 순찰하고 있으니 너희도 문 단속 잘하고 조금이라도 수상한게 있으면 신고하라며 가더라구요.
정말 등에 소름이 쭉쭉 끼치고.... 덜덜 떨리고..... 특히 낮에는 엄마랑 아기 둘 뿐인데.....
머릿속으로는 온갖 안좋은 뉴스들... 평화로운 가정에 괴한이 들어와 칼로 다 찔러죽이고... 총 쏘고... 일가족 몰살... 막그런 뉴스만 떠오르고...
엄마랑 나랑 온 집안 문 다 잠그고 벌벌 떨면서 남자들이 오길기다렸어요.
남편과 친정아빠가 오자 엄마랑 나랑 막 벌벌 떨면서 그 이야기를 했더니 우리 남편 얼굴 정말 심각해지고.... 자물쇠 바꿔야 하는거 아니냐고.... 알람같은거 설치할까? 막 그러고 ,
저희 친정 아버지 조용히 있으시다가 조심스레 입을 여시더라구요.
" 그거...난데..."
-__-
내가 너무 황당해서 도대체 뭐냐고 했더니
밤에 퇴근하시고 (보통 퇴근 아홉시 열시) 골프 퍼팅 연습을 집 바깥 창가에서 하셨다고...-_-
제가 아빠 왜 도망갔냐고 했더니 개가 짖어서 무서워서 집 뒤로 도망가셨다고 -_-
아무것도 아닌것 같지만 당시엔 정말 소름끼치는 일들이었네요 나름....
실망하신 분들 계시다면 죄송 죄송....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