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의 한 여성이 남편에게 상습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다가 법원으로부터 접근금지 명령을 받았다.

가해자로 법정에 선 여성이 접근금지 명령을 받은 것은 베이징에서 처음 있는 일로 알려졌다.

지난 8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외신들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 먼터우거우(門頭溝) 법원이 남편에게 주먹을 휘두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성에게 ‘200m 이내 접근금지’를 최근 명령했다.

폭력의 기운은 2014년 두 사람이 결혼 후, 같은해 아이를 낳고서 이들 가정을 덮쳤다.

간호사였던 여성은 남편을 상습적으로 폭행했다. 구체적인 행위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연이은 아내의 주먹에 남성은 매번 맞았으며 수차례 병원에도 실려 간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참지 못한 남편은 그해 11월 경찰에 신고했다.

남성은 경찰에서 “아내는 날 때릴 뿐만 아니라 아이에게도 무관심했다”며 “때로는 문을 부수거나 아이를 울렸고, 심지어 우리 어머니께도 위협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남성은 곧바로 이혼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여성이 아기에게 아직 젖을 물리고 있다는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남성은 병원 진료 내역과 상처를 촬영한 사진 등을 준비, 법원에 접근금지 신청을 내는 쪽으로 대응 방향을 바꿨다.

먼터우거우 법원이 여성에게 내린 접근금지 명령은 6개월간 지속된다. 이 기간에 여성이 명령을 어기고 또다시 남편에게 주먹을 휘두른다면 벌금형이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도 있다고 외신들은 예측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법정에 오른 가정폭력 사건 총 1845건 중 2%의 피해자는 남성으로 알려졌다. 약 40건 정도 되는 셈이다.

중국 차이나데일리도 사회가 변하면서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남성 피해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지난 3월 보도했다.

이 매체는 한 포털 사이트가 기혼남녀 2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폭력실태 설문조사 결과, 조사 대상 여성의 70%가 남편에게 욕설과 신체적인 폭행 등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으며, 같은 행위를 저지른 남성 응답자는 52% 정도였다고 전했다.

가정폭력의 주된 피해자인 여성과 아동 보호를 위해 중국 정부는 지난 3월1일부로 가정폭력방지법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례를 보건대 꼭 여성만이 가정폭력 피해자가 되는 건 아닌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