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윤정 기자 = 베네수엘라 정부가 장난감 업체로부터 장난감 약 500만개를 압수해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배포한다는 계획에 대해 찬반 논란이 과열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CNN은 장난감 창고를 일방적으로 접수한 베네수엘라 정부에 대해 "크리스마스를 훔친 그린치보다 더 나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린치는 영화 '그린치는 어떻게 크리스마스를 훔쳤는가'(How The Grinch Stole Christmas·1966)의 주인공이다. 극중 그린치는 마을사람들을 골려주기 위해 크리스마스를 엉망으로 만들 심술궂은 계획을 세운다.

비판론자들은 정부가 장난감을 몰수하면서 물량이 부족해져 가족들이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사줄 수 없게 됐다고 주장한다. 이에 니콜라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그린치에 빗대 조롱하고 있는 것이다.

또 크리스마스를 겨우 2주 앞두고 장난감 시장에 미칠 영향도 분석하지 않은 채 급하게 일을 진행시켰다는 점에서 실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프란치스코 페르난데스 베네수엘라 상공회의소 회장도 "정부가 무책임하게 행동하고 있다"며 "정부가 사유재산권을 침해하고 약탈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앞서 베네수엘라 공정가격감독원은 현지 최대 장난감 판매업체인 크레이셀-베네수엘라의 창고를 압수하했다.

윌리엄 콘트레라스 공정가격감독원장은 "크레이셀이 아이들이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보낼 권리를 고려치 않고 있다"며 "그들은 우리가 장난감을 훔쳐갔다고 하지만, 그들이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석유 수출국인 베네수엘라는 국제 유가가 곤두박질치면서 2014년부터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