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바다였다. 서해와 남해가 만나는 곳. 전남 목포에 SRT(수서발고속철)가 개통한 첫날인 9일 당일로 다녀왔다. 편도 2시간 7분~2시간 30분 남짓. 시간상으로는 서울에서 인천·강화도만큼이나 가깝다. 호남선 철도 종착역이자 1번 국도와 서해안고속도로의 시발점(始發點). 목포는 끝과 시작이 함께하는 항구다.

[09:00] 오전 6시 45분에 탄 SRT에서 내리자 시계는 오전 9시 9분을 가리켰다. 일찍 출발하니 배가 출출하다. 1975년부터 콩물을 팔았다는 '유달콩물'(061-244-5234)은 목포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 콩국수에 들어가는 '콩국'을 목포에서는 콩물이라고 부른다. 곡식이 부족해 잡곡을 식사 대용으로 먹었던 시절의 흔적이다. 따뜻하게 데워 숟가락으로 떠먹는다. 풋내 없이 고소한 것이 든든하다(노란콩 콩물 4000원, 검은콩 콩물 5000원).

배를 채우고 목포대교 건너 고하도로 간다. 목포에서 바라보면 가늘고 긴 모양이다. 한 마리 용이 수면에 떠 있는 것 같은 모습이다. 이곳에서 이순신 장군은 명량대첩 이후 수군 병력을 추스르며 노량해전을 준비했다. 길 좌우로 난 소나무를 벗 삼아 '용오름길'을 걷는다.

목포대교와 목포 시내를 보며 걷기 좋은 트레킹 코스다. 높낮이가 크지 않아 가볍게 걷기 좋다. 왕복 2시간 정도.

[12:00] 대한제국은 1897년 10월 1일 목포항을 외국에 개항했다. 형식적으로는 정부의 자발적인 첫 개항이었지만 곧 대(對)일본 쌀 수출항이 된다. 목포대교를 건너 과거 일본 조계지였던 중앙동으로 간다. 일제 강점기였던 1940년대만 해도 인천·부산과 함께 인구 7만으로 조선 3대 항구로 꼽혔다. 전쟁의 흔적도 남았다. 유달산 남쪽 자락에 자리 잡은 일본영사관 건물은 태평양전쟁과 6·25전쟁 흔적을 그대로 갖고 있다. 건물 뒤편으로는 일본이 전쟁에서 패색이 짙어지자 미국 공습에 대비해 만든 방공호가 자리하고 있다. 일본에서 수입해 지었다는 외벽 붉은 벽돌에는 6·25전쟁 당시 비행기 기관총 총격이 흉터를 남겼다. 지금은 '근대역사관 1관'으로 목포의 변천사를 소개하고 있다.

일본영사관에서는 구 일본 조계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목포는 간척지 위에 세워진 도시. 바둑판처럼 깔린 도로망과 동양척식회사 건물(근대역사관 2관), 일본식 정원(이훈동 정원)은 아픈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점심은 일본 조계지 일대에서 해결한다. 게살 무침으로 유명한 '장터'(061-244-8880), 민어회로 유명한 '영란횟집'(061-243-7311)이 근처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