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국 정부가 신청한 난징(南京) 학살 기록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것에 반발해 올해 유네스코 분담금을 내지 않고 있던 일본 정부가 마음을 바꿔 연내에 분담금을 납부하기로 했다고 아사히신문이 17일 보도했다.

일본이 올해 내야 할 분담금은 38억5000만엔(약 387억원)이다. 유네스코 일반 예산으로 쓰이는 돈으로 경제 규모 등에 따라 나라별로 할당된다. 앞서 앙코르와트 복구비 등 일본 스스로 용처를 특정해 "우리가 내겠다"고 약속한 돈 7억7000만엔(약 77억원)은 지난달 납부했다.

일본 정부는 통상 매년 4~5월에 분담금을 내왔지만 올해는 "세계기록유산 심사 과정이 투명하지 못하다"며 납부를 유보해왔다. 난징 학살 기록 심사 과정에서 일본 측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내년 1월 한·중·일·네덜란드 등 8개국 시민단체와 영국 전쟁박물관이 공동으로 제출한 위안부 기록에 대한 등재 심사를 앞두고 유네스코를 압박한 측면도 있었다.

일본이 뒤늦게 분담금을 내기로 한 것은 자칫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신문은 "분담금을 계속 내지 않으면 (일본이 돈으로 자국 의사를 관철하려 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앞으로 일본 정부가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할 때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분담금 1위인 미국이 2011년 유네스코가 팔레스타인을 회원국으로 받아준 데 반발해 5년째 분담금 납부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분담금 2위인 일본까지 돈을 내지 않으면 3위 국가인 중국이 유네스코의 최대 전주로 부상해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