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 그림' 담뱃갑 판매 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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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야?” 23일 오후 서울역 인근의 한 편의점. 담배를 받아든 50대 남성이 인상을 찌푸렸다. 담뱃갑에는 ‘폐암에 걸릴 확률 26배 상승, 그래도 피우시겠습니까?’란 문구와 함께 가슴을 열고 수술을 하는 장면이 적나라하게 담긴 사진이 붙어있었다.

이 남성은 “담배가 건강에 나쁜 것을 누가 모르나? 찝찝하게 사진은 왜 붙여”라면서 불쾌한 듯한 혼잣말을 내뱉으며 담뱃값을 치르고 편의점을 나섰다.

담배 피우시겠습니까? 담뱃갑 흡연 경고 그림 부착 시행 첫날인 23일 서울 청계천 광통교에서 시민들이 흡연 위험을 경고하는 홍보시설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이재문 기자

담뱃갑 흡연경고 그림 부착이 의무화됐다. 정부는 흡연율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일각에서는 실효성이 작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흡연자들은 ‘흡연할 권리’를 침해해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개정된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담배 제조회사는 이날부터 반출되는 담배에 흡연경고 그림을 반드시 부착해야 한다. 경고 그림은 폐암·후두암·구강암 등 질병 5종과 흡연 피해를 담은 사진 등 총 10종이다. 담배 포장지의 앞면과 뒷면 상단에 면적의 30%(경고 문구 포함 50%)가 넘는 크기로 들어가야 한다. 복지부는 경고 그림 도입으로 흡연율이 최대 4%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유통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경고 그림이 부착된 담배는 내년 1월 말쯤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될 예정이다. 복지부는 홍보를 위해 이날 서울역·고속버스터미널·홍익대 등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시내 편의점 5곳에 경고 그림이 부착된 담배 12종을 우선 비치했다.

경고 그림을 본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비흡연자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박민수(20)씨는 “‘한번 피워볼까’란 생각이 들다가도 담뱃갑을 보면 그런 마음이 싹 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한 편의점의 김선미(47·여) 점장은 “‘아이들에게 담배의 위험성을 알려주고 싶다’며 ‘경고그림이 들어간 담배를 사고 싶으니 남겨놓으라’는 전화도 왔었다”고 전했다.

반면 흡연자들은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10년 넘게 담배를 피우고 있다는 신지훈(32)씨는 “기분이 매우 나쁘다. 내 돈 내고 사는 것인데도 죄짓는 기분”이라며 “이미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경고 그림을 본다고 담배를 끊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경고 그림을 가릴 수 있는 담배 케이스를 사서 들고 다닐 계획이다.

생각보다 충격이 크지 않다는 반응도 많았다. 문구를 제외한 사진 크기가 담뱃갑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보니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폐암이나 구강암 등 일부 사진을 제외하고는 혐오스럽지 않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경고 그림 선정 때 ‘너무 혐오스러우면 안 된다’는 조항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날 경고 그림이 붙은 담배를 파는 편의점에서도 다들 거리낌 없이 담배를 사가는 모습이었다.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담배는 총 90종이지만 이날 경고 그림은 에쎄, 던힐 등 12종에만 붙어 경고 그림 자체를 보지 못한 흡연자도 많았다.

복지부는 담뱃갑을 눕히는 등 경고 그림을 가리고 판매하는 행위를 제재하기 위해 조만간 관련법을 제정할 예정이다.

유현재 서강대 교수(커뮤니케이션학)는 “외국에서는 혐오스러운 그림도 시간이 지나 익숙해지면 효과가 떨어진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며 “경고 그림 수위가 낮고 2년 동안 유지되다 보면 무덤덤해져 효과가 떨어질 수도 있으니 경고 그림을 가리는 행위를 철저히 단속하고 모니터링해야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림... .살벌하네요. 잘한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