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피린은 어떻게 암 예방하나..인체 작용방식 규명돼
미국 연구팀 "혈소판 활동 억제해 암세포 확산 간접 예방"
함부로 복용하면 위험..의사 처방 따라야
연합뉴스 | 입력 2017.01.01 11:01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아스피린이 심혈관질환뿐만 아니라 여러 암을 예방하고 암 환자 생존율을 높이는데도 도움이 된다는 점은 이미 알려져 있다.
그러나 어떻게 해서 이런 효과가 나타나는지는 그동안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의 경우 아스피린이 혈소판 응고를 방해해 혈전(피떡) 형성을 억제하는 덕분이라는 정도는 확립돼 있다. 암과 관련해선 작용 원리가 파악되지 않았다.
1일 의학전문 매체 메드페이지 등에 따르면 미국 오레건대학 오웬 맥카티 교수 팀은 아스피린이 암세포의 형성을 억제하는 기전을 밝혀내고 연구결과를 '미국생리학저널-세포생리학'(AJP-Cell Physiology)에 발표했다.
맥카티 교수는 "아스피린은 암 세포에 직접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혈액성분의 하나인 혈소판 활동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간접적으로 암세포의 성장과 대사활동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 설명에 따르면 혈소판은 혈액 응고에도 관여하지만 c-MYC 종양 단백질의 농도를 높이는 역할도 한다.
c-MYC 단백질은 인체 속 다양한 유전자들 가운데 15% 가량의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고 세포의 생과 사, 단백질 합성, 세포대사 조절 등에 관여한다. 특히 암 세포를 지원하고 확산을 돕는 역할도 한다.
결장암 환자의 약 3분의 1, 췌장암 환자의 42% 등 일부 암을 앓는 환자 중 상당수에서 종양유전자가 과도하게 발현되며 c-MYC 종양 단백질이 증가한다. 그런데 연구결과 아스피린이 혈소판 활동력을 줄여 이 단백질 생성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맥카티 교수 설명에 따르면 암세포들은 체내에서 초기에 매우 적대적 환경 속에서 살게 된다. 인체 면역체계가 주기적으로 공격하고 제거하려 시도하기 때문이다. 이때 혈소판이 암세포들과 '신호작용'을 활발히 하며 암세포를 보호하고 대사활동을 돕는 역할을 한다.
또 암세포 중 일부는 혈액을 타고 몸을 돌아다니다 특정 부위에 정착해 암의 전이가 이뤄진다. 이때 종양단백질이 암세포의생존력을 높여준다.
아스피린은 혈소판과 c-MYC 단백질의 활동을 억제해 암을 예방하거나 악화를 억제한다는 점이 이번에 확인된 중요한 성과라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특히 이런 효과는 아스피린을 고용량이 아닌 저용량으로 투입해도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아스피린 장기 투여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꾸준하게 저용량으로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것이 심혈관 질환과 췌장암, 전립선암, 위암 등 일부 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들은 많이 나와 있다.
그러나 이는 저용량 아스피린 장기 복용자들이 상대적으로 이런 위험이 작았다는 것이지 모든 사람, 모든 암 환자에게 효과가 있다는 뜻은 아니다. 또 아직 효과가 불분명하거나 의학계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분야도 어럿 있다.
특히 나이나 개개인별로 다른 병력, 유전적 특성 등 여러 요인에 따라 오히려 부작용으로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기도 한다. 절대 복용해선 안 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따라서 건강한 일반인이나 환자가 스스로 판단해서 장기간 복용하면 건강을 크게 해칠 수도 있다. 저용량이더라도 장기 복용 전에 반드시 의사의 진단과 처방에 따르고 복용 중에도 상태를 잘 살피고 정기적으로 진찰받아야 한다.
성인용 아스피린 일반형의 아세틸살리실산 함량은 한 알에 325mg 안팎이다. 저용량 장기 복용은 통상 하루 75~100mg이 처방된다. 어린이용 아스피린 용량은 80mg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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