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젖은 몸으로 찾아가 곁에 누워도 따뜻하게 안아 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낡은 몸을 이끌고 가 만신창이 된
마음을 꺼내놓고 한 잔 술로 신세타령을 해도 받아줄 수 있는 밤이 있었으면 좋겠다

쌩쌩 바람불고 해 떨어지는 저녁이면 찾아와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는 사람, 눈 내리고 비 오는 밤이면 하얗게 촛불을 켜놓고 눈사람을 이야기하고, 창 밖의 젖은 나무를 위하는 사람, 눈사람의 몸이 차갑고 보잘 것 없지만 두 손 마주잡고 사랑을 함께 기다려주는 사람, 새는 외로워서 날고 바람은 서러워서 불지만 나무는 그들 때문에 자란다고 속삭여 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나였으면 좋겠다

주루루 한 방울 눈물로 아픔을 맑게 씻을 수 있고,강물처럼 흘러가 네 상처를 소중히 쓸어줄 수 있는 나였으면 좋겠다

그 사람으로 인하여 나는 꿈을 먹고 싶다